부동산상가

상권에 대한 일곱 가지 오해

부동산썰맨 2021. 7. 18. 03:02


[점포개발] 뜨는 상권, 유명상권, 상권전문가, 대로변, 유동인구, 점포 수 유명 브랜드 

상권에 대한 일곱 가지 오해

이번에는 필자가 업무에 대한 재미와 비전을 발견하게 된 ‘상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점포개발에 뜻을 품어서라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좀 특이한 이유 때문에 시작하게 된 점포개발 업무가 내게는 너무 버겁고 때로는 지루한 느낌까지 주었는데, 뜻밖에 지루한 일상의 업무가 매우 중요하고 전문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88년 서울올림픽의 버블이 끝나고 우리 사회가 슬슬 냉각되어갈 무렵인 1995년 초에 ‘상권’이라는 단어에 접하게 된 것이었다.
지진아처럼 업무에 대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던 내게 ‘상권’이라는 말은 정말 획기적인 단어였다. 상권에 따라 일정한 시세의 지역적 권리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고객들에게 뭔가 그럴듯한 설명(그때는 그게 컨설팅이라고 생각했었다!)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가슴 벅찼다. 그런데 다양한 아이템의 창업을 지원해야 하는 실무자로서 접한 상권개발은 너무나 많은 어려움과 함정이 숨어 있었다.
첫 번째,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는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거나 너무 가까이 있어 미처 상권인 줄 짐작도 못한 많은 수의 다양한 상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두 번째, 유명한 상권들은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식이었다.
세 번째, 정말 장사가 잘될 상권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서울 전지역에 대한 기초적인 상권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네 번째, 상권을 분석할 만한 모든 기초 자료를 직접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지금은 다소간의 정보 공유와 다양한 상권 연구가 이루어지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상권에 대한 현장정보로 창업에 적합한 입지를 분석할 만한 이론이 없어 이론과 실제가 잘 조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창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생각에서부터 다양한 이론들을 조합하려는 기획까지는 기존 이론을 도태시키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고 적절한 상권을 찾아내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실무자로서는 너무나 어려운 고비를 맞은 것이다.
어느 날 ‘오해와 이해’라는 농담을 듣다가 정보의 수집, 분석, 최적 대안 수립의 전 과정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으로 가장 먼저 오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좀더 현실적이고 쉬운 설명으로 고객을 만나게 되자 상권은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왔고 상권의 라이프 사이클을 이해하게 되었다. 예비창업자나 개발 담당자도 공감할 만한 ‘상권에 관한 몇 가지 오해’를 살펴봄으로써 상권을 쉽게 배워보자.

오해 1. 뜨는 상권 좋은 상권, 죽은 상권 나쁜 상권?
일단 뜨는 상권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입점하려고 하고, 죽은 상권이라면 검토도 하지 않는데, 이는 상권의 생명주기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상권이 태동하면서 발달기, 성장기, 성숙기, 천이기(遷移期. 옮겨 바뀌는 때), 쇠퇴기 등을 거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뜨는 상권이 있고 죽은 상권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뜨는 상권이 안정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죽어가는 상권이 완전히 죽어 상권이 소멸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리 짧지 않기에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오해 2. 누가 뭐래도 유명 상권?
유명 상권에 입점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아이템의 특성이나 투자금액에 따른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고 유명상권 일변도로 입지선정을 한다는 것은 ‘취미나 자랑’으로 사업을 하는 것과 같다. 이른바 ‘양반 창업’을 선호하는 예비창업자일수록 삼척동자도 알 만한 상권을 선호한다. 그러나 실제 개인 창업자들이 접근해서 수익을 챙긴다는 것은 개미들이 주식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일보다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해 3. 창업 전문가는 상권 전문가?
창업에 관한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서 상권 분석을 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권 전문가는 창업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오해 4. 안테나 숍은 유명 상권 대로변에?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때 누구나 생각하는 공식이 있다. ‘1호점 창업 = 유명 상권 = 브랜드 성공’. 딱히 꼬집어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마치 “냉수 마시고도 이 쑤시는 것”처럼 허세를 사업 전략으로 내세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시스템과 사업전략으로 실속 있는 브랜드가 생명력이 길어질 것이다.
경계가 될 만한 예를 들면, 1997년 전후 연대 입구와 종로 3가, 강남역 등 최고의 상권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투자하며 위세를 떨치던 모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시작한 지 2년 남짓 되어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지금은 그런 게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창업시장에서의 성공은 자금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때문이다.

오해 5. 유동인구 많으면 좋은 상권?
유동인구가 많으면 무조건 좋은 상권일까? 은평구에 지하철 3호선 녹번역이 있는데 그 상권은 초보자가 보면 정말 이런 곳에 이렇게 대단한 상권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유동인구가 많아 보인다. 요즘은 주변에 지하철 6호선이 개통돼 조금 줄어든 느낌이지만, 녹번역은 지하철과 버스의 환승지역으로 역촌동 방향으로 진입하려는 교통인구, 즉 흐르는 인구가 많은 곳이다. 기본적인 상권 배후의 상주 인구층을 고려하지 않고 유동인구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오해 6. 점포 수가 많으면 대형 상권?
어떤 상권에 가면 점포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곳이 있다. 점포가 많이 입점했다고 무조건 대형 상권이 될 수는 없다. 이 때의 점포 수는 수요층, 즉 배후지의 상주인구와 유입되는 인구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재건되는 기간 동안 압구정 로데오는 완전히 죽은 상권이 되었고, 이른바 ‘뒷구정’이라는 신천역 상권에는 유입되는 인구가 많아져 상권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나친 입소문이 공급 과잉을 빚어 실질적으로 적정 수익목표를 달성하는 점포는 많지 않다.
참고로 점포 수에 따라 상권의 규모와 특성을 판단하고자 할 때는 아이템이 종합적으로 입점했는지, 단일 아이템이 편중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시간대별, 요일별, 연령별 유동인구의 점검은 필수다.

오해 7. 유명 브랜드는 유명 상권에 입점해야 한다?
브랜드나 본사의 인지도가 높을수록 유명 상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2001년도, 2002년도는 경쟁적인 신용카드 발급과 가계대출로 일시적으로 소비가 급상승했다. 카드매출 의존도가 높은 의류 브랜드는 경기의 순환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점포 수를 늘려나가 점포당 매출은 하락했다. 수많은 의류 브랜드를 런칭했던 대기업의 스포츠 브랜드는 고급화를 지향한다면서 최고 상권과 최고 입지만을 고집했다. 그 결과 경기가 침체한 현재 대리점주의 수익률 하락을 초래하게 됐다.
유명 브랜드나 유명 체인점은 적정 투자비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권에 대한 개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고, 유명 상권에 입점하지 못하면 경쟁사에 밀린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 소비자가 자유롭게 유명한 브랜드의 물건을 구입하고, 유명한 체인점의 음식과 음료를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결국 가맹점이나 대리점주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다. 
매출이 적은 지역은 적은 투자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해 기업은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5 - 3 = 2
이 공식을 ‘어떤 오해도 세 번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풀이를 한 사람이 있다. 상권에 대한 더 많은 오해들이 있지만, 세 번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만한 것들을 우선적으로 짚어보았다. 상권에 대한 오해를 넘어 이해의 수준까지 담당자가 넘어야 할 많은 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사람(창업자)을 이해하고, 아이템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최적의 입지를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