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정비사업에서 상가소유자에게 아파트를 공급하는 조합정관의 법적근거에 대한 고찰
최근 재건축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부산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하나의 지하상가를 123개로 분할하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이루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77조는 주택 등에 대하여 일정한 경우 권리산정기준일을 조합설립 이전인 정비구역 지정·고시일 등으로 소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무분별한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고 있지만, 이 규정이 상가에는 적용되지 않아 조합설립 이전까지 아파트단지 상가를 분할하여 취득한 경우에도 재건축정비조합원이 될 수가 있다. 추진준비위원회 또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사업성이 좋은 아파트단지 상가에 대한 ‘지분 쪼개기’가 종종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이다.
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파트소유자와 상가소유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는 상충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상가소유자들이 조합을 상대로 아파트 공급을 요구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은 재건축사업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분 쪼개기’로 인해 상가소유자들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으며, 국토교통부도 ‘지분 쪼개기’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정비법의 개정절차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재건축정비사업에서 상가소유자에게 아파트를 공급하는 조합정관의 도시정비법상 근거는 무엇일까?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3조 제2항을 살펴보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의 소유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동일한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을 공급하도록 규정하면서,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있거나 다음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상가소유자도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①새로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을 건설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기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의 가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에 정관등으로 정하는 비율을 곱한 가액보다 큰 경우, ②기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의 가액에서 새로 공급받는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의 추산액을 뺀 금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에 정관등으로 정하는 비율을 곱한 가액보다 큰 경우, ③새로 건설한 부대시설ㆍ복리시설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보다 큰 경우에는 상가소유자도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상가의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보다 큰 경우는 현실적으로 찾기 어려워 위 ③의 요건도 충족할 수가 없어 결국 위 ①과 ②의 요건에 의한다. 현실적으로 재건축단지 내 상가의 종전자산 감정평가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을 넘어서는 경우도 드물 것이므로, 대부분 조합에서 상가소유자들을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위 ‘정관등으로 정하는 비율’을 1보다 낮추어 요건을 맞춘 후 상가소유자들에게도 상가 대신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가를 배제하여 재건축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아파트단지 내에 새로운 상가를 건설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먼저, 새로운 상가를 건설함에도 상가소유자들이 상가의 공급을 포기하는 경우 위 ①의 요건 충족을 이유로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된다. 과거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을 건설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새로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을 공급받지 아니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유권해석한 바 있으며, 재건축정비조합 표준정관에서도 상가소유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예외사유로 ‘새로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을 공급받지 아니하는 경우’를 규정하였는바 그 가능성을 인정해 온 셈이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입장을 바꾸어 상가의 공급을 포기한 상가소유자에 대해서는 위 ②의 요건을 갖추어야 되는 것으로 달리 판단하였다.(2017. 9. 20.자 국토교통부 질의회신).
②의 요건 구비와 관련하여 상가소유자가 상가를 공급받았음을 전제로 새로이 분양받는 상가가 종전자산의 감정평가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인지, 상가를 공급받을 기회 자체를 포기한 경우에도 아파트를 대신 공급받을 수 있는 규정인지 해석이 대립하고 있다. 하급심 법원은 새로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을 건설하였음에도 상가소유자가 상가 대신 아파트를 공급받도록 한 조합정관 및 관리처분계획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08. 5. 27. 선고 2007나73262,73279 판결). 이러한 경우‘새로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을 건설하지 아니하는 경우’인 ①의 요건이 유추적용되거나, ‘새로이 공급받는 부대시설·복리시설의 추산액이 0인 경우’로 보아 ②의 요건을 구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 판례와 실무상 상가소유자에게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내용의 조합정관 및 그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이 폭넓게 허용되어왔다. 그러나 위 도시정비법 시행령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 변경되었고, 소위 ‘지분 쪼개기’ 등으로 재건축정비사업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향후 법원의 판단과 국토교통부의 후속 조치를 주목하여 지켜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