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 대치1차현대, 파일기초 수직증축 ‘행위허가 통과’
아파트 리모델링 최대난관 극복 첫 사례 … 위축됐던 리모델링시장 터닝포인트 찍다

지난 달 대치1차현대아파트가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왔던 파일기초 수직증축의 리모델링 행위허가를 국내 최초로 통과했다.
지금까지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에서 수직증축이 허가된 사례는 송파 성지아파트 단 한 곳일 정도로 수직증축을 통과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송파 성지의 경우 지하 암반에 바탕을 둔 지내력 기초라는 특이한 사례로 수직증축의 활성화를 이끌기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대치1차현대는 국내 아파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일기초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송파 성지 사례와는 사뭇 다른 파급효과를 지닐 전망이다. 더욱이 근래 리모델링시장이 다소 위축된 가운데 나온 이번 소식으로 인해 리모델링 활성화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992번지 일대에 위치한 대치1차현대아파트는 1990년 준공된 지상 15층 1개동 전용면적 84㎡ 120세대로 이뤄져있다. 수직 및 별동증축을 통해 18세대가 늘어난 지하 3층~18층 138세대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조합장=김치붕)은 후속 절차로 시공사와의 본계약 체결을 거쳐 분담금확정총회를 치를 예정이다. 분담금확정총회는 정비사업의 관리처분총회와 유사한 성격으로 공사비와 분양가, 그리고 조합원 분담금 등이 결정된다. 조합은 개략적으로 내년 하반기경 착공에 들어가 늦어도 2028년 상반기에 준공 및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김치붕 조합장은 “리모델링 행위허가를 통과하기까지 오랜 기간 기다려주신 조합원 여러분과 상당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적극행정을 펼쳐주신 구청 관계자,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여러 협력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이번 허가를 계기로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이 보다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직증축의 최대쟁점 ‘구조안전성 확보’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증축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수평증축과 수직증축, 그리고 별동증축이다. 수평·별동증축의 경우 구조안전성 측면에서 수직증축에 비해 난이도가 낮아 현재 대부분의 리모델링단지가 이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수직증축은 기존 골조 위에 건축물을 추가하는 형태이기에 늘어난 하중에 대한 구조안전성 확보가 관건이다. 적지 않은 리모델링단지가 사업성 확보 측면에서 수직증축에 도전했지만 구조안전성에 대한 높은 벽으로 인해 좌절을 겪었다.
현재 관련 법령에 따르면 수직증축범위는 15층 이상은 3층까지, 14층 이하는 2개층만 가능하다. 이 범위는 필로티를 포함하기에 3층 증축시 지상1층을 필로티로 전환할 경우 순수한 증축은 2개층이 가능하다.
재건축과 동일하게 리모델링 또한 안전진단을 받지만 성격은 전혀 다르다. 재건축의 경우 낡고 구조안전성이 취약할수록 재건축 확률이 높지만 리모델링은 튼튼할수록 리모델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A~E등급 중 B등급 이상을 받아야 수직증축이 가능하고, C등급은 수평증축이 가능하다.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건축심의를 받는데, 건축심의 접수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또는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1차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1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해야 건축심의가 가능하며, 건축심의가 끝나면 사업계획 확정 후 리모델링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리모델링 허가 신청시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해야 한다.
1차 안전성 검토는 증축이 가능한지 그리고 증축범위가 적절한지 여부를 평가한다. 2차 안전성 검토는 1차 검토 결과와 건축심의를 통과한 사항의 구조안전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다. 대치1차현대는 2020년 2월 1차 안전성 검토 통과, 같은 해 3월 건축심의 통과 등을 거쳐 작년 10월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했다. 향후 이주 및 철거시 2차 안전진단이 치러진다.
이와 관련 김치붕 조합장은 “안전성 검토 절차는 늘어난 하중만큼 파일 보강이 이뤄졌는지, 기존 건축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때 제대로 버틸 수 있는지 등등을 검토하는 과정”이라며 “사실상 수직증축의 관건이 두 차례 안전성 검토에 있는데, 그간 많은 리모델링단지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일기초 수직증축 허가의 시사점
이번 수직증축 행위허가 통과에 시장과 업계의 관심이 몰려드는 이유는 대치1차현대아파트가 파일기초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에 건립된 아파트 대부분이 파일기초로 지어졌다고 한다. 수직증축이 어려워 리모델링을 포기하거나 수평·별동증축으로 만족해야 했던 많은 아파트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치붕 조합장은 “이번 수직증축 통과는 리모델링 관련 시공과 구조 분야 등에서 기술적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쾌거”라면서 “이번 성과를 통해 공동주택 리모델링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에 따르면 대치1차현대는 이번 수직증축 통과를 위해 설계, 구조기술, 파일시공, 토목·지반 등 네 파트로 구성된 팀(TEAM)을 운영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이들이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구조안전성을 확보하고, 시공사가 네 파트의 의견을 취합·조정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함에 따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
김치붕 조합장은 “우리 팀이 그간 한번도 허용되지 않았던 파일기초 수직증축을 성사시킴에 따라 사업적 측면에 국한됐던 기존 PM과는 다른 새로운 PM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